[에너지팜-오마이뉴스] “핵 발전소 없애는 방법? 노원구가 알려드리죠”

[행복하려면, 풀뿌리부터③]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인터뷰⑴

13.07.01 09:51l최종 업데이트 13.07.01 10:17l 김병기(minifat) 유성호(hoyah35)

 

<오마이뉴스>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녹색당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지역에서부터 대안을 만들어가는 얘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작더라도 눈에 보이고 경험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불행의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좌절과 무기력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우리의 생활과 동네, 지역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를 제대로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하려면 풀뿌리부터’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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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노원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들 근린공원내 ‘노원에코센터’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열 조리기를 보여주며 “학생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며 설명하고 있다.

 

‘올해 전력수급 비상!’

이 글을 쓰려고 노트북 전원을 켠 순간에도 핸드폰은 진동 벨을 울리면서 속보를 알려준다. 원전 부품 비리 사건이 터진 뒤 몇 번째인지 모른다. ‘전력 대란 불가피’ ‘전력 수급 경보’ ‘전력 예비율 바닥’. 토씨만 달리하면서 한 달여 동안 반복되는 기사들. 핸드폰을 꺼내볼 때마다 원전마피아보다 멈춰선 핵발전소부터 걱정하라고 다그친다.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은 핵발전소를 한 개라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지난 12일 만난 김성환 (48)노원구청장은 서울 상계동 마들 근린공원내 ‘노원에코센터’ 옥상에 올라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그 비법을 소개했다.

“이건 태양광 조리개, 달걀도 삶아먹죠. 이건 태양광 발전기죠. 저건 태양열 온수기…”

당장 전력 비상이라고 호들갑인데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원전을 신앙처럼 떠받드는 사람들 눈에는 국내 전력의 30%를 생산하는 공룡 핵발전소 앞에 장난감 대포를 놓고 엄포를 놓는 격이다. 하지만 김 구청장은 태양광 회사에서 나온 세일즈맨처럼 친절했고 진지했다. 그 모습을 4분짜리 핸드폰 동영상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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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같은 기초 자치단체 10개가 모이면…”

그가 말한 핵발전소 한 개 줄이기 묘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노원구처럼 체계적으로 에너지 다이어트를 하면 원전 한기가 생산하는 전력량 10분의 1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 같은 기초자치단체가 10개 모이면 원전 한기를 없앨 수 있죠.”

이론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현실태는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현실 가능할까? 의문부터 앞선다. 그는 지난해 2월에 개관한 ‘탄소제로하우스'(화석연료 사업하지 않는 집)인 노원에코센터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갔다.

에코센터의 전기계량기는 ‘제로(0)’가 아니라 사실상 마이너스다. 이 건물의 1년 전기료를 합산해도 이곳에서 생산해 한전에 파는 전기량에 미치지 못한단다. 매년 100만원-200만 원 정도 남는다고 한다. 물론 태양광 발전기만으로는 이런 장사를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건물도 외양만 신경을 쓰죠. 그런데 여기 보세요. (1층 로비에 전시된 구조물을 가리키면) 이 건물의 모든 외벽에 30cm의 단열재를 붙였습니다. 또 이걸 볼까요? 언뜻 보면 다른 유리창과 비슷해 보이는데, 3중창입니다. 이렇게 열손실을 줄이면 최대 64% 정도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습니다. 또 이 건물 지하 150m를 뚫어서 지열시스템을 만들었는데 냉난방에 사용합니다.”

지난해 2월 야외수영장 관리동을 개조해 만든 이 건물은 샘플이자 전초기지다. 그는 노원에코센터 모델을 노원구 전체로 확산시켜 한국판 ‘베드제드'(영국 런던 남부에 있는 제로 에너지 단지)를 만들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노원구청에 ‘햇빛과 바람 발전소’가 들어선다. 구청 주차장에 30kW급 햇빛발전소를 짓고 옥상에는 풍력 바람개비를 돌린다. 구청 측은 태양광발전소는 연간 1200여만 원의 전력판매수입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7월부터 공사에 들어가는 이 사업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현재 1121명의 조합원이 9500만 원을 출자했다. 하계1동 서울온천장 옆에도 에코센터 같은 에너지 제로하우스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곳에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난방에너지 100%, 총 에너지 60% 절감형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시형 바이오매스 사업도 벌였습니다. 우리구도 매년 가을이면 가지치기를 했는데 그동안 처치하기 곤란했죠. 자르는 것도 돈이고, 그걸 폐기하는 데도 돈이 듭니다. 큰 규모 아파트의 나무를 전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천만 원 이상입니다.

그런데 나무의 다른 이름은 ‘탄소 통조림’이죠. 육군사관학교 옆에 목재펠릿(나무 칩) 공장을 세웠어요. 1억 원을 들여 가지치기 차도 샀습니다. 지난해에는 구내 저소득층 3가구에 500여만 원짜리 펠릿보일러를 시범 설치했는데, 올해에는 20대를 보급합니다.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통계 수치가 높은 데 사실은 그 중 50% 이상이 바이오매스죠. 나무를 태워서 도심 내에서 순환하는 겁니다.”

72개 햇빛발전소… 탄소 발자국을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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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노원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들 근린공원내 ‘노원에코센터’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발전기를 보여주며 “에코센터의 전기계량기는 ‘제로(0)’가 아니라 마이너스다”며 자랑하고 있다.

이밖에도 노원구가 지난해 8월에 내놓은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종합대책을 보면 2014년까지 463억 원을 들여 옥상·지붕에 72곳의 햇빛발전소를 설치한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 전구 4만7000개를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에 설치하며 건축물 신재생 에너지 의무비율을 2014년까지 20% 이상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대체로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우리는 2010년에 비해 전기에너지 7.4%, 도시가스(LNG) 8.9%를 줄였다”면서 “2014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인 6.2%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런 수치가 구청의 노력에 따른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요?
“티끌모아 태산입니다. 작년 그 더위에 구청장실 에어컨을 두 번 정도 켰어요.(웃음) 구청장이 켜지 않아서 그런지 직원들도 어지간하면 에어컨을 켜지 않습니다. 구청에서는 저소득층 집수리 사업을 해왔어요.

그런데 집수리를 하면서 난방상태를 확인했더니, 전기장판 한 개로 겨울을 나는 세대도 많았습니다. 집이 오래돼서 단열효과가 떨어졌고 겨울에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거지요. 이제는 저소득층 집수리 사업을 하는데도 열상 카메라를 들고 에너지 컨설팅도 합니다. 대체로 20%, 많게는 40% 정도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습니다. 지난 3년 사이에 1000집 이상의 세대에 집수리를 해줬습니다.”

서울의 10개 자치구가 이런 방식으로 티끌을 모은다면 핵발전소 한 기는 대체할 수 있고, 더 확산된다면 서울의 에너지 자립율을 30-50%정도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김 구청장의 말이다.

 

 

“생각은 세계적으로, 실천은 지방 풀뿌리부터”

“노원구는 아파트 등 집합가구가 8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중 서민형 주공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남향 아파트입니다. 모든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어떨까요? 마침 서울시가 시범사업을 한답니다. 노원구가 태양광 설치에 앞장설 겁니다.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발전비중은 2.6%에 불과합니다. 도심에서 완전하게 에너지 자립을 할 수는 없겠지만, 화석연료를 적게 쓰는 동네를 만들고 싶습니다.”

– 60만 인구에 불과한 노원구 행정 책임자가 70억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지구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고민을 떠안고 있다는 게 의외인데요?
“노원구청은 비가 와도 우산에 씌우는 포장 비닐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연간 160만 원을 절감했습니다. 노원구 141개 배달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나무젓가락은 연간 515만개입니다. 구입비용은 1개 업소당 70여만 원으로 총 1억 원이 넘습니다. 그래서 중국집부터 나무젓가락 배달 안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원구부터라도 탄소발자국을 줄여보자는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가 ‘Think Globally, Act Locally’입니다. 생각은 세계적으로 하고 실천은 지방의 풀뿌리부터 해야 한다는 거죠.”

이날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해서 기자에게 건넸다. 지난해 7월 낸 저서 <나비효과>(아침이슬)다. 그 책의 서문을 보니 다음과 같은 말로 맺었다.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 노원구의 2년간의 실험이 나비효과가 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실험이 계속해서 쌓이면 언젠가는 거대한 태풍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대의 바람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그때가 되면 핵발전소 한 개가 멈춰 섰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주머니 속 핸드폰을 뒤흔드는 언론사의 호들갑은 없어지지 않을까?

 

 

 

 

* 노원 에코센터에 있는 태양열조리기와 햇빛 줄다리기를 납품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