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_태양열 조리기 만들어 파는 청년 녹색사업가

‘에너지 팜’ 김대규 사장, 지구를 위한 서약 캠페인에 동참

[중앙일보]입력 2009.05.20 01:18 / 수정 2009.05.20 09:31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문화관 앞. 학생 20여 명이 모여 뭔가를 열심히 구경하고 있다.

이들 앞에는 달걀 프라이가 팬에서 익고 있다. 조리 기구는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아니었다. 태양광을 이용한 조리기였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폭 1.8m 크기의 집열판에서 태양열을 모아 프라이팬을 가열하는 방식이다. 달걀이 익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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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팜’의 대표 김대규씨가 18일 동국대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자신이 만든 풍력발전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씨가 만든 풍력발전기는 국내 농촌뿐 아니라 개발도상국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간단한

기술로 만들 수 있어 대안기술, 적정기술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태양 전지판이 달린 센서가 해의 움직임을 따라 반사판(집열판)의 각도를 조절합니다.

(태양에너지의) 온도가 700도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6분이면 물 1L를 끓일 수 있습니다.”

태양열 조리기의 원리와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사람은 김대규(32)씨.

신재생에너지 관련 장치를 제작·보급하는 기업 ‘에너지 팜’ 의 대표다.

김씨는 이날 기후변화 관련 토론회에 앞서 시연회를 열었다.

이 조리기는 독일의 기술자 볼프강 셰플러(51)가 개발했다.

그는 올 2월 경남 산청의 대안기술센터가 주최한 워크숍에 참석해 조리기 제작 기술을 전수했다.

태양열 조리기는 워크숍 때 만든 석 대 중 하나다. 당시 자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대당 제작비는 70만원 정도. 프레임(틀)을 알루미늄 대신 철로 바꾸면 35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

반사판 넓이가 2㎡인데 8~16㎡로 키우면 취사나 난방을 할 수 있고 산업용 스팀 발생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네팔서 봉사’ 꿈 접고 대안기술에 눈 떠

김씨는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을 마친 뒤 2007년 10월 농촌 개발 봉사를 하기 위해 네팔로 갔다. 3개월 정도 체류하며 상황을 파악했다.

활동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귀국했다. 그때 대안기술센터 이동근(41) 소장을 만나 풍력·태양광 발전에 빠져들었다.

대안기술센터는 민들레공동체라는 생태마을에 있는 비정부기구(NGO)다. 대안기술(중간기술)이란 복잡한 첨단기술이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하는 환경 친화적인 기술을 말한다.

김씨는 “국내에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네팔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시연회에서 김씨는 ‘에너지 팜’이 만든 풍력발전기를 선보였다.

이 발전기의 중심 회전축의 베어링은 르망 승용차 뒷바퀴 축으로 만든 것이다. 다른 부품도 앵글·쇠파이프 등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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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씨(右)가 반사판 앞에서 태양열 조리기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반사판에서 모은 햇빛으로 1분 만에 달걀 프라이를 만들 수 있다.

#풍력·자전거발전기 등 재생에너지 주력

그는 지난해 5월 ‘에너지 팜’을 만들었다. 직원은 본인과 이 소장이 전부다.

본인이 대표를 맡고 이 소장이 수석엔지니어가 됐다. 풍력발전기, 페달을 밟아 전기를 생산하는 자전거형 발전기, 소형 태양광 발전기,

태양열 조리기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장비를 만든다. 지난해 공공기관이나 학교, NGO 등에 팔아 8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순이익은 2500만원. 이 중 1500만원은 가난한 학생들의 등록금이나 보육원·선교단체 운영비로 기부했다.

 

#수익금 기부, 개도국에 기술 전수하기도

지난해 9월 캄보디아 청년 사론(29)을 초청해 석 달간 풍력발전 기술을 전수하고 자재를 사줬다.

올해는 아프리카 콩고 관계자 두 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김씨는 “캄보디아 오지에 전기가 들어가면 학교가 들어서고 마을이 달라진다”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같은 곳에서 개도국 젊은이들에게 대안기술을 가르치는 사업에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벤트성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환경운동이 필요하다”며 19일 본지의 ‘지구를 위한 서약’ 캠페인에 동참했다.
글·사진=강찬수 기자